Q.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재판을 하시는 판사님들은 나름대로 기준에 따라 면책 허가 여부를 결정하실 텐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유는 어떤 것인 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주제 넘은 소비를 몇 달 하다가 빚이 늘어났는데 그 후 실직하여 감당 못하게 된 경우라 낭비라고 면책도 못 받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 장미주 (35세)
A. 좋은 질문입니다. 본래 파산 제도는 지급을 할 수 없게 된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전부 채권자들에게 내 놓고 채권단을 구성하여 이를 채권자 사이에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되, 그 대신에 채무자에게는 면책을 부여하는 상인들 사이의 관습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즉 불운하여 망했지만 자기 가진 것을 다 채권자에게 내 놓은 정직한 사람에게 빚을 면해 주어 새로이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파산제도가 개인에게 확장된 것은, 현대의 대량소비사회에 일반화된 할부구매나 신용카드와 같은 소비자신용이 개인채무자를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면에 주목하여 자영업자가 아닌 소비자라도 채무로부터 면책함으로써 사실상 강제노역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즉 개인 소비자라도 파산을 선택하면 자신이 가진 것을 내 놓고 면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파산법 발전이 미국 남북전쟁 이후의 노예해방과 시기를 같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파산을 선택하는 개인소비자는 실제로 처분하여 금전을 회수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재도구라고 해야 일상적인 생활용품의 중고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무상으로는 파산절차에서 무시됩니다.
또한 그밖에 약간의 임대차보증금이나 현금 같은 것 마저 파산절차에서 회수하여 채권단에 넘기면 채무자가 노숙자가 되어 사회가 떠받쳐야 할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역시 채무자에 남겨 줍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내 놓지 않고 면책을 받는 상황이 오히려 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의연히 파산제도의 기본적인 규칙입니다. 그리하여 첫째, 채무자가 파산 신청 이전에 재산을 감추거나 가족과 친지에게 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이 나중에 채권자의 몫이 될 재산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둘째, 채무자는 법원과 채권자들에게 진실하여야 합니다. 재판이 열리면 성실하게 출석하여야 하며, 불리한 사항이라고 해서 감추거나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재산을 드러내고 파산절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채무자가 이러한 규칙을 위반하면, 파산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면책을 허가하지 않을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로 인하여 침해된 이익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채무자가 파산 신청 전에 재산을 감추었다고 하여도 민사상의 사해행위취소제도나 파산법상의 부인권행사로 쉽게 회복될 수 있으며, 채무자의 진술을 심사할 장치가 있으니만큼 채권자의 이익이 크게 영향 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채무자가 이와 같은 위반사항을 저지른 경우에는 면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것은 운동경기에서 결과 여부와 상관 없이 규칙을 어긴 자를 퇴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밖에 낭비를 한 경우,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상황에서 더 불리한 채무를 부담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경우,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모두 법원은 면책을 해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채무자가 진실한 진술을 하여 정직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법원은 자주 면책을 부여합니다. 흔히 이 경우를 재량면책이라고 합니다.
왜냐 하면, 바로 그 상황에서 채무자가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동정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경우에는 파산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틀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내 놓는다는 원칙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실무입니다.
파산법은 정직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위한 것입니다. 정직한 채무자라면 과거 약간의 과오를 저지른 바 있더라도 파산제도의 규칙을 깨지 않는 한 면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파산을 신청함에 있어서 채무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보다도 정직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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