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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체기록 말소’ 금융 혼란 초래한다

모카시리 2008. 1. 15. 15:26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신용불량자 대사면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자칫 금융혼란 등의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신용회복 지원방안의 핵심은 ‘연체기록 삭제’문제다.그렇다면 과연 연체기록이 말소되면 금융소외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단순하게만 보면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채무불이행자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연체기록 때문에 큰 제약을 받는데 만약 그 기록을 없애준다면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장벽이 사라지는 셈이다.하지만 신용정보가 관리되고 있는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신용정보는 금융기관들 판단의 잣대
우선 신용등급은 크게 한국신용정보 등 신용평가회사에서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것과 금융기관들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얻은 자료를 통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나뉜다.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카드, 캐피털, 보험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개인 신용거래 정보를 모은 뒤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매겨서 금융기관에 제공한다.또 신용정보법에 따라 7000여 개 국내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개인대출,채무보증,연체 등의  각종 신용정보를 은행연합회 신용정보 공유시스템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된다.

개별 금융기관들은 개인에게 계좌 개설,카드 발급,대출 등을 해줄 때 은행연합회 시스템이나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얻은 신용정보를 점검하게 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금융기관들은 대출한도와 금리를 차등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신용정보,특히 연체기록 자체를 강제로 말소시키면 금융기관들의 판단 기준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그렇게 되면 금융소외자 구제라는 에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각종 부작용만 일어날 수 있다는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선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사무총장은 “연체기록이 말소가 완전히 된다고 치더라도 그게 과연 저신용자들한테 도움이 될 것인지,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며 “금융기관들이 연체기록이라든가 신용정보를 토대로 심사하고 있는데 강제적으로 기록이 없어져서 암흑상태가 될 것이고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대출심사를 할 때 보수적인 심사성향으로 바뀌게 된다”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7~10등급 금융소외자 720만 명
현재 전체 신용 10등급 체계 중에서 7~10등급까지를 흔히 금융소외자라고 일컫는다.우선 가장 신용이 낮은 9~10등급에 속하는 이른바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대략  4백만 명에 달한다.그리고 7~8등급의 경우엔 연체는 없지만 신용도가 낮아서 은행 문턱을 제대로 넘어설 수 없는 사람들로 3백여만 명 정도로 추산이 된다.합하면 700만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이 7~10등급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가 살인적 이자를 감수하면서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인수위측에서도 처음엔 이 720만 명 전체의 채무를 탕감해주거나 연체기록을 말소하는 내용의 대사면을 추진했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이고 최근 시민단체쪽에서도 금융기관의 연체기록 삭제가 금융시장 질서를 훼손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완벽한 삭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무리하게 사면을 단행하기보다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지 않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본부 팀장은 "패자부활전이란 측면에서 연체기록을 말소하겠다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대개 저신용자들은 다중채무자들이 많이 있다”며 “신용정보 집중 기관인 은행연합회의 기록을 삭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각 개별 금융회사와 각 신용정보회사의  연체기록을 말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퍼주기식 지원보다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동시에 재원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인수위측은 이번 사면안에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성실한 채무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또 이번 신용회복 지원책이 만일 실패로 돌아가고 중도 탈락자가 늘어난다면 국민 부담도 커지게 된다.

때문에 퍼주기식 지원을 시행하기 이전에 금융소외의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연대은행 이종수 상임이사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제대로된 금융실태조사가 없다”며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오래 전부터 금융소외에 대한 해결 방법을 내리기 전에 금융실태조사가 먼저 선행돼야 된다고 봤고금융소외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났고 어떤 계층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먼저 파악을 한 다음에 그에 대한 처방을 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현재 정부차원에서도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최근에야 당국은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금융소외자의 규모와 연체 현황 파악에 나섰다.업계에서도 ‘금융소외자 720만 명’이란 숫자는 신용평가사 등급 분류에 따른 개략적인 것일 뿐 구체적인 숫자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금융소외자에 대한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기존의 개인회생제도나 마이크로크레딧 등과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앤] 이기주 기자 2kafka@chosun.com

출처 : 법률사무소 진우 파산개인회생
글쓴이 : 김은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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