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및 면책

재기의 몸부림인가 현실도피인가… 2007년 개인파산 신청 15만여명

모카시리 2008. 1. 25. 00:19

재기의 몸부림인가 현실도피인가… 2007년 개인파산 신청 15만여명


전북 전주에 사는 A씨(59)는 택시 운전을 하다 다친 뒤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생활해 왔다. 이후 돈을 빌려 식당을 운영했으나 이마저도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동안 이자를 합쳐 빚이 8000만원을 넘어 서자 결국 지난 해 전주지방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이 부채 상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개인파산제도가 1997년 도입된 이후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15만4039명으로 전년 12만3691명에 비해 24.5%가 늘어나는 등 개인파산 신청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자 수는 98년 350명에 불과했지만 2002년 1335명으로 늘어난 뒤 신용카드 사태 등의 여파로 2004년 1만2317명으로 치솟고 2005년 3만8773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 해 4898건으로 전년의 3135명에 비해 56.2%가 늘었다.

이와 관련 파산 이후 부채상환 의무를 면제받는 면책 결정자수도 늘어 지난 한 해 11만8000명을 넘어섰다. 면책 결정자 수는 2002년 245명에서 4389명(2004년)→1만6759명(2005년)→ 6만6971명(2006년) 등으로 급증했다.

이같은 개인파산 신청 증가에 대해 채무자가 스스로 노력없이 책임을 벗어나려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도 많다.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김종국 교수는 "서민들이 빚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법의 도움을 받아 회생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나라 경제가 서민들을 위한 분배구조로 개선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주지법 관계자는 "개인파산 등에 대한 홍보와 효과 등이 널리 알려지고 신청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바뀌어 이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 같다"며 "신청자 가운데는 빚을 갚지 않기 위한 도피처로 알고 찾는 이도 있지만 재기의 과정으로 삼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