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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저소득층 실제생활과 비교해보니
복지부 산출 4인기준은 빈곤연대와 70만원 차이
월세·의료비 격차 커… "휴대폰도 필수품 적용을"
‘총수입 63만원. 월세 35만원, 광열ㆍ수도비 15만원, 교통ㆍ통신비 7만원, 식료품비 5만원, 교육비 3만원, 저축ㆍ보험 0원, 문화생활비 0원, 옷값 0원….’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인 김모(69ㆍ여)씨의 9월 가계부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10평 남짓한 다세대 연립주택에서 장애인 아들(42ㆍ정신장애 3급), 중학생 손녀(15)와 함께 사는 김씨는 기초수급비용(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93만9,000원) 중 의료비 등을 제하고 받는 돈에 아들의 장애수당(3만원)을 더한 70만원으로 한달 생활을 힘겹게 꾸려간다.
얼마 전까지 거리에서 양말을 팔아 하루 1만원 안팎, 한 달에 25만원 정도를 벌었지만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뒤 무릎 관절염이 악화해 그마저도 접었다.
호사를 누리고 싶은 게 아니다. 김씨는 “쌀값, 전기요금처럼 다달이 내는 돈을 빼면 5만원 정도만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며 “그저 손녀 책값이나 챙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9월 새로 책정된 정부의 2008년 최저생계비는 126만5,848원(이하 4인 가구 기준). 지난해 보다 5.5% 올랐지만, 최저생계비는 1999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38.2% 수준에서 32% 안팎으로 떨어졌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살림살이가 훨씬 빠듯해졌다는 얘기다.
본보가 25일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2007년 최저생계비 마켓바스켓(장바구니에 생필품만 채운다는 의미)’ 자료와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가 9월 전국 6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07 적정생계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책정한 최저생계비는 시민들이 실제 지출하는 생활비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빈곤사회연대의 조사에서 시민들은 한 달에 최소 194만원을 지출한다고 답해 최저생계비보다 70만원이나 웃돌았다.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주거비.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가장 큰 항목은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세다. 복지부는 식료품비 보다 낮은 21만2,575원을 주거비로 책정했지만, 실태조사에서는 임대료 관리비 대출이자상환 등을 포함해 59만6,634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의 대표적 최하 빈민층 주거 지역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개포동 포이동의 비닐하우스촌도 보통 월세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빈민자활운동가 이동민(32)씨는“보통 50가구씩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 평짜리 방도 월세가 15만~28만원선”이라며 “안 먹고 안 입어 줄일 수 있는 돈도 아니니 집은 이들에게 천형(天罰)이나 마찬가지”고 말했다.
교육비와 의료비 격차도 컸다. 최저생계비에 따른 월 교육비는 도시ㆍ농촌을 가리지 않고 5만5,302원 밖에 안돼 “사실상 가난을 대물림 하라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생 11세 아이의 특별활동비(야외 학습비)의 경우 2,500원 정도다.
하지만 인솔 어른 1인과 아이의 왕복 교통비만 해도 3,600원인 현실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의료비도 5만3,894원에 불과해 빈곤층은 아파도 참아야 한다. 시민들은 실태조사에서 월 최소 교육비와 의료비를 39만4,396원, 33만2,896원이라고 답했다.
최저생계비는 또 한창 커나갈 어린이의 점퍼 내구 연한을 6년, 여성용 팬티는 3년에 9점, 브래지어는 2년에 2점, 남성 양말은 1년에 4켤레, 영화는 성인 2명이 1년에 한 번, 여행 및 문화시설 관람은 3,000원 등으로 정해 품목 선정과 연한 설정 등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른 필수품 재선정 문제도 논란거리다. 2007년 계측 방식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휴대폰의 경우 국민의 80%가 사용하는 생필품인데도 품목에서 빠졌다.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일용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데 휴대폰은 필수품”이라며 “마켓 바스켓은 물품이나 용역에 대한 지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최저생계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금액인지를 따져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켓 바스켓에 실제 서민들의 삶을 일일이 대입해보는 것”이라며 “단순 생존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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