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및 면책

개인파산제도의 장.단점

모카시리 2007. 3. 15. 00:46
[시장경제 바로보기] 개인파산제도의 장ㆍ단점

김두얼 < KDI 연구위원 >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면 누구나 돈을 빌린 사람이 약속한 대로 돈을 다 갚을지를 걱정한다.

담보설정은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한 한 방편이다.

흔히 집이나 땅과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한 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를 압류해 받아야 할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갚아야 할 빚이 담보액을 초과하는 경우인데,이 때 채권자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전근대 사회에서는 많은 경우 채무불이행자를 노예로 삼는 것을 허용했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노예로 삼은 뒤 직접 일을 시키거나 팔아서 돈을 받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예제도는 금지됐고 채무불이행에 대한 처벌 역시 '인간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미국의 역사는 이런 변화를 매우 압축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식민지 시절 미국에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가장 일상적인 조치는 채무자를 감옥에 가두는 것이었다.

투옥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하나는 계약 위반에 대한 처벌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투옥은 채무자가 돈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다는 의심,즉 감옥에 사람을 가두면 가족들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든다.

식민지 시기 혹은 건국 초기 미국의 지방 정부는 매우 작고 재정도 보잘 것 없어서 재소자들에게 음식조차 제공할 돈이 없는 곳이 많았다.

채무불이행자의 가족들은 감옥에 들어간 사람을 돌볼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채권자가 감옥에 가둔 채무자의 식비까지 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감옥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병을 얻거나 죽는 사람들이 생기자 채무자를 투옥하는 일은 점차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결국 1820년 경에는 거의 모든 주에서 채무불이행자를 투옥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는데,이는 인권신장이라는 면에서 매우 혁명적인 조치였다.

이보다 일보 전진된 큰 변화는 파산법의 도입,즉 빚을 탕감해 주고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보장해 주는 법을 마련한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파산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는데,이것은 제헌의회가 헌법 1조 8절에 우연히도 연방 차원의 파산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말까지도 파산법은 대개 한시적인 경우가 많았다.

불경기가 와서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하면 구제 차원에서 파산법을 도입했다가 몇 년 후 상황이 좋아지면 폐지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된 것이다.

항구적인 오늘날의 연방파산법이 도입된 것은 1898년에 이르러서다.

이처럼 법 제정에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은 문제 자체의 난해함 때문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갚도록 하려면 채무불이행 시 당할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경우 원래 계획한 처벌을 집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을 하게 해서 조금씩이라도 돈을 갚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에 대한 처벌이 원래대로 집행되지 않을 것을 미리 예측한다면 돈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대부자가 이 같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측하면 돈을 매우 조심스럽게 빌려주게 되기 때문에,담보가 적은 사람들이나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돈을 빌릴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파산법을 제정하는데 거의 한 세기가 걸렸을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개정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 개인파산제도가 도입됐는데 최근 들어 파산 신청자가 급속히 증가해 2005년 3만여명 수준이던 것이 2006년에는 1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채무자들이 돈을 벌어서 갚을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채권자와 파산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입력시간: 03/11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