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코러스FTA] 4인 가족 생활비 많이 줄 듯

모카시리 2007. 4. 4. 23:27
[중앙일보 박현영]서울 행당동에 사는 주부 양소영(35)씨는 한.미 FTA 체결 소식에 "우선 생활비, 특히 식료품비가 가장 많이 싸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한 달에 식료품에 쓰는 돈은 약 50만원.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한 달에 10만원쯤 드는 쇠고기 값이다. 양씨는 "10살, 4살 두 아들이 고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값이 비싸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못 먹였다"며 "장바구니 쇠고기 물가가 실제로 얼마나 내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양씨네 집은 고깃집을 가기보다 주로 정육점에서 500g에 3만7000원 안팎 하는 한우를 사 먹었다.

이 가족은 과일의 경우 이미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 수입 과일을 먹고 있었다. "과일은 외국산이 비싸지 않아 즐겨 먹고 있어요. 지금보다 수입 과일 값이 30~50% 더 내려간다니 살림에 도움이 되겠군요." 쌀은 이번 협상에서 제외돼 쌀값은 일단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화.레저 생활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남편은 지난해 외제 골프채를 200만원 정도 주고 구입했다. 앞으로 미국산 골프채를 사는 경우에는 관세 철폐와 세금 인하 등으로 10%쯤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기도 지금보다 10%쯤 값이 내릴 전망이다. 교육과 관련해 양씨 가족의 씀씀이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큰아이 영어 학원비는 FTA와 무관하다. 교육 시장은 성인 원격교육과 영어능력 검증 시험 분야 등 일부만 개방됐기 때문이다. 가끔 사 입는 미국 브랜드의 청바지.스웨터 등 옷값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미국 브랜드라 하더라도 제3국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한.미 FTA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생필품 값이나 레저 비용이 내려가는 건 반갑지만 자동차 같이 덩치 크고 값비싼 내구재는 크게 달라질 게 없지 않겠느냐고 양씨는 말했다.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를 남편과 함께 쓰는 그는 "미국산 자동차 값이 싸진다고 해도 유지.수리비까지 고려하면 평범한 봉급 생활자한테는 여전히 다가가기 먼 제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