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이창대 전시문화시스템 소장]흔히들 다단계 비즈니스를 사기라고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다. 다단계 판매는 정상적으로 노력에 의해서 판매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노력한 것을 포인트를 적립한다고 하여 자기가 몫을 차지하는 영업기법이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이에 종사하여 큰 돈을 벌려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문에 자주 나는 피해 사례는 다단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단계는 주주라든가 거래처라든가 몇 곳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피라미드식으로 피해를 주어서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의 범위는 넓다. 한 때는 농촌에서도 다단계 열풍이 불어 온 동네가 피해를 보아 이웃끼리 사이가 벌어진 일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잊으려고 하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습성이 있다. 물건을 영업활동 전제 조건으로 묘한 방법으로 강매하고 물건도 과장되게 선전되어 있어 왠만한 선량한 사람은 다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일 할 곳은 없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빠져들다가 몇 천만 원씩 날리기도 한다. 넘어가지 않으려 해도 묘한 환경을 만들고 사탕발림을 하고 기존의 직원이 지원 사격을 하게 되면 열 중 하나는 넘어가게 된다. 기존의 직원도 입사할 때는 선량했는데 어떻게 빠져들다가 보니 본전 생각이 나서 사기의 한 무리가 된다.
각종 정보지에 조그마하게 난 구인 광고를 따라가 회사에 들어가 보면 우선 교육을 받아 보라는 권유로 미끼를 던진다. 이 미끼에 넘어가면 교육에 참가하게 된다. 교육생은 혹시 다음 단계에는 기대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나이 들고 직업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역이용한다. 서울에는 이러한 업소가 수두룩하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경향을 빗대어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 한다.
나도 광고를 보고 충정로에 있는 어떤 업체에 들어섰다. 그 곳에 도착하니 광고에 난 업체의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간판이 붙었다. 유령회사인 셈이다.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력서를 훑어보면서 “ 내가 보는 바로는 자격을 갖추었는데 상무님한테 상의를 하여야한다.”는 식으로 제법 격식을 갖춘다. 그러고 나서 전무 면접을 보아야 확정이 되니 내일 다시 회사에 나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용인에 의료기 공장이 있고, 그 공장에서 의료기를 생산하는데, 수출만 하다가 금번부터 내수를 하기 때문에, 사업 확장단계에 와 있어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검토 해본다. 당하지 않으려고 무척 경계를 하면서 관찰한다. 여러 곳을 들러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 광고를 보고 찾아 가면 다들 그런류의 외판원 구인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반신반의 하면서 겨울에 오갈 데가 없고 다단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학습하고 싶어서 겸사겸사 출근을 하여 보았다. 즉 어떤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을 유인하는지를 분석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약간의 돈이 들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교육부터 받아 보았다.
처음에는 효소에 대한 교육 이었는데 엉터리 내용을 주워 모은 내용이었다. 그 다음에는 척추 운동기였다. 그러나 그것도 들어 보니 신빙성이 가지 않았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몇 가지 책을 샀다. 이왕 당하는 셈 치고 본전이라도 뽑기 위해 건강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 하나는 효소에 관한 책이고, 그 둘은 적외선 치료 원리에 관한 책이었다.
약 4일 간의 교육이 끝나고 영업 활동을 하려하니 우선 직원 등록을 하라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하였더니 실장 말이“보통 실장이 되려면 이천만원이 드는데 선생님은 특별히 천만 원 어치의 물건을 사면 실장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오백만원 어치를 사면은 부장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였고 투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망설이니 몇 십만 원 정도의 물품만이라도 사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다가오는 겨울을 지나기 위해서 그 돈 정도는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투자하기 까지는 그곳 상무와 실장들의 바람잡이가 한 몫 했다.
그 중 박 실장이란 사람을 우연히 이곳에서 만났다. 그는 동부세무서에서 정년퇴직을 하였고, 전부터 이웃집에서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는 어딘가에 나간다고 하였는데 어딘지를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도 이 직장에 와서 그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면이니 반가운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를 믿었다. 세무서에서 정년퇴직을 했으니 업계의 생리를 꿰뚫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너무도 마음 좋은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속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 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회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나 보고 등록하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저울질 하다가 직원 등록을 하였다. 그런데 직원 등록을 하였는데, 책상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식 직원이 되자면 오백만원의 물품을 사야하는데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접대용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푸대접을 눈치 채고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공부만 하였다. 나의 할 일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밖에 나가서 물품을 파는 일 밖에 없다. 물건을 팔아서 판매금액을 채워야만 부장, 실장, 상무를 시켜 주는 것이 이 회사의 조직체계다. 물건을 자기가 사든지 아니면 아는 친구들에게 팔던지 하여 실적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태만하여 실적을 못 내면 은근히 왕따를 시켜서 떠나도록 하는 방법도 병행한다. 전에 모 보험회사에 근무할 때 회사 지소장이 실적을 채우기 위하여 자기를 상대로 자기 보험을 들라고 은근한 협박을 받다가 쫓겨난 생각이 떠올랐다.
전무는 처음 몇 십만 원어치의 건강 보조 식품을 샀는데 나 보고 더 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될 수 있고, 신인이 들어와서 다시 물품을 팔면 이익금이 배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시큰둥하게 생각하였고,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어물쩍하여 겨울 시간만 보내었다. 사실 그 곳에 입사할 때 상무가 따로 이야기 한 것이 있었다. 이 곳에 등록을 하고 일정한 실적을 쌓으면 용인공장 연구원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한 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해 보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늦게야 알았다.
회사는 매일 9시에 조례가 있었다. 사회자는 나이가 약간 든 전무다. 직원들은 그를 외형적으로는 전무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오너다. 자기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 O O동경 한국지사장 또는“ O O 용인 공장 서울 전무” 이렇게 부른다. 그는 용인 공장 사장을 평소에 회장님이라는 칭호로 부르기를 즐긴다. 즉 그의 위에는 용인에 회장이 있고 이곳은 O O 제품 한국지사장이라는 식으로 직원을 현혹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찾아온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입제품 한국 지사장 또는 그를 돌보아 주는 용인 공장 회장이 있으니 말이다.
그 것뿐만이 아니다. 회장님과 힐러리 크린턴 여사가 같이 찍은 사진도 벽면에 전시하여 놓았다.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무도 엄청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본 농장 및 공장 모습 사진도 걸어 놓았다. 그러한 분위기가 물들어 있는 강의실 안에서 그는 매일 아침 조례시간에 약10분씩 설교를 한다. 그는 기독교 장로라는 말을 들었다. 장로 명칭 팔아서 영업을 하는 것이다. 매일 설교 하는 내용은 성공과 변화와 도전 등에 관한 것이다. 나름대로 엉터리가 많지만 제법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여튼 그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매일 신규 교육자 오십여 명에게 세뇌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이상 내가 실적을 내지 못하니 이상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막간을 이용하여 신문이라도 읽고 있으면 전무는 상무에게 한 마디 한다. 그러면 상무는 나에게 “책상 위의 신문들을 다 없애라. 새로운 사람이 오면 신문을 보고 다른 곳을 찾아서 나선다.”라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상무가 여덟 명 정도가 된다. 그들에게 회사에서 지원하는 경비는 없다. 각자 독립적인 사업체다. 각 상무는 자기 돈으로 정보지에 광고를 낸다. 그러면 실직자는 정보지를 보고 찾아온다. 찾아오는 사람은 사무실에 들어오면, 우선 헤맨다. 각 상무마다 다른 회사 이름으로 광고를 내니까 처음 찾아온 사람은 헤매게 되어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 전무는 각 상무에게 지시를 내린다. 임금도 없는 상무들은 상사를 잘도 모신다. 한 번은 내가 건강식품 판매방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전무가 이 모습을 보고 상무를 통해서 책을 감추라는 것이다. 그 책을 펼쳐 놓으면 이 곳은 판매회사라는 인식을 주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튼 전무라는 사람은 별의별 잔소리를 다한다. 잔소리가 잦으니 싫어지게 된다. 회사는 이러한 방법으로 물품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쫓아내는 방법을 찾는다. 즉 채용한 직원의 판매활동을 위한 적극적인 회사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한 번 이용한 사람은 가능한 빨리 쫓아내어 물갈이를 시키는데 열중한다.
물품도 비싸다. 그들의 제품은 만병통치약이다. 교육 내용을 들어 보면 그렇다. 그들도 법망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모든 조직은 법을 빠져나가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이 당하고 나갔지만 아무도 걸고넘어지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과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는데, 당했다고 항의 하는 대화로 상무와 옥신각신하는 것을 들었다. 전무는 이러한 환경에서 회피하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언젠가는 전무가 나의 책상 곁에 와서 슬그머니 앉더니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는 과거에 정수기 판매를 하였는데 상당한 양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물품을 사간 친구가 정수기 내부를 보여 주면서 이렇게 간단하게 생겼는데 이백만원은 너무 바가지가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고 그 대체품으로 김치냉장고를 한대씩 사 주었다고 한다. 자기는 그 정도로 양심적이고 고객에 대해서 하늘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와의 대화 내용이다.
“ 판매 전략을 알고 싶습니다.”
“ 복지관이나 노인단체를 통해서 강의 시간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자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강의를 통해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내 생각에는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전에도 모 복지관이 우리 회사를 찾아온 일이 있는데....”
“.................”
“ 차라리 주변 친구 두세 명한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니 여러 사람한테 물건을 권하지 말고 두세 명만 판매하고 상무가 되어서 신인을 모집하여 판매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 능력 자랑을 한다.
“나는 이 회사에 오기 전에 두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하나는 모 회사인데 연봉 이십억 원이고, 하나는 지금 이 회사인데 연봉 십억 원을 제시하였습니다.”
“.................”
“ 이십억 원 짜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처장님이(지금 여자 경리) 만류하여 포기 하고 이 회사는 연봉은 적지만 안전할 것 같아 이곳에서 일하기로 하였습니다.”
전무라는 분은 기독교 신자의 탈을 쓰고 황당하고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뻥’이 센 사람이다. 이 사람은 아침 일찍 나와서 보고를 받고 9시 조회와 5시 석회를 아주 열심히 빠짐없이 하는 사람이다. 상무들은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실적 데로 가져가는 것이다. 오갈 데 없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으로 짜여 있어서 부려먹기에는 아주 좋은 인권의 사각지대다. 나이 들고 오갈 데 없으니 꼬박꼬박 직장에 나오게 되어 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무료하게 지내면서 막걸리나 마시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 이들의 의식 구조다.
이렇게 하여 신입 사원은 암묵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사기성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상무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에 대기업에서 한 자리 한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상무는 매일 자기 돈으로 정보지에 광고를 낸다. 광고 내용은 구인에 관한 것으로 서너 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사람을 상대로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여 일단 교육을 받도록 설득한다.
교육을 받으면 본사에 경비직이나, 회사를 확장하니 지점장을 맡긴다거나, 기타 강사로 보낸다거나 하는 등 상황에 따라 구직자를 현혹시키는 임기응변에는 능수능란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교육을 받고 나면 그 다음은 입사등록을 하여야 된다고 유인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입사등록은 소정의 물건을 사야 이루어진다. 교육받은 사람의 일부분은 그 동안 교육 받은 것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게 거금을 들여 물건을 사고 등록을 한다.
교육받은 사람은 어느 직종이냐고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혹시“판매하라는 것 아닙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상무는 선택의 길은 다양하다고 한다. 판매라 하면 아예 등록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 입사 계약서에 무슨 글자가 있는 줄도 모르게 도장을 이리 저리 찍고 입사 절차를 완료 한다. 내용설명도 하지 않는다. 지푸라기 잡는 사람은 문구를 살피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끝이다. 일자리 배치는 물건 파는 직 밖에 없다. 그러다가 몇 개월 지나면 물건은 자기 집에 보관 되어 있고 어디 팔 곳이 없어 고스란히 빚만 진다. 그러다가 몇 개월 있으면 회사를 그만둔다.
“아얏”소리 못하고 당하고 후회를 해 보아야 이미 때는 늦었다./ 이창대 전시문화시스템 소장
다단계는 주주라든가 거래처라든가 몇 곳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피라미드식으로 피해를 주어서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의 범위는 넓다. 한 때는 농촌에서도 다단계 열풍이 불어 온 동네가 피해를 보아 이웃끼리 사이가 벌어진 일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잊으려고 하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습성이 있다. 물건을 영업활동 전제 조건으로 묘한 방법으로 강매하고 물건도 과장되게 선전되어 있어 왠만한 선량한 사람은 다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일 할 곳은 없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빠져들다가 몇 천만 원씩 날리기도 한다. 넘어가지 않으려 해도 묘한 환경을 만들고 사탕발림을 하고 기존의 직원이 지원 사격을 하게 되면 열 중 하나는 넘어가게 된다. 기존의 직원도 입사할 때는 선량했는데 어떻게 빠져들다가 보니 본전 생각이 나서 사기의 한 무리가 된다.
각종 정보지에 조그마하게 난 구인 광고를 따라가 회사에 들어가 보면 우선 교육을 받아 보라는 권유로 미끼를 던진다. 이 미끼에 넘어가면 교육에 참가하게 된다. 교육생은 혹시 다음 단계에는 기대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나이 들고 직업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역이용한다. 서울에는 이러한 업소가 수두룩하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경향을 빗대어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 한다.
나도 광고를 보고 충정로에 있는 어떤 업체에 들어섰다. 그 곳에 도착하니 광고에 난 업체의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간판이 붙었다. 유령회사인 셈이다.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력서를 훑어보면서 “ 내가 보는 바로는 자격을 갖추었는데 상무님한테 상의를 하여야한다.”는 식으로 제법 격식을 갖춘다. 그러고 나서 전무 면접을 보아야 확정이 되니 내일 다시 회사에 나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용인에 의료기 공장이 있고, 그 공장에서 의료기를 생산하는데, 수출만 하다가 금번부터 내수를 하기 때문에, 사업 확장단계에 와 있어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검토 해본다. 당하지 않으려고 무척 경계를 하면서 관찰한다. 여러 곳을 들러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 광고를 보고 찾아 가면 다들 그런류의 외판원 구인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반신반의 하면서 겨울에 오갈 데가 없고 다단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학습하고 싶어서 겸사겸사 출근을 하여 보았다. 즉 어떤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을 유인하는지를 분석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약간의 돈이 들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교육부터 받아 보았다.
처음에는 효소에 대한 교육 이었는데 엉터리 내용을 주워 모은 내용이었다. 그 다음에는 척추 운동기였다. 그러나 그것도 들어 보니 신빙성이 가지 않았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몇 가지 책을 샀다. 이왕 당하는 셈 치고 본전이라도 뽑기 위해 건강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 하나는 효소에 관한 책이고, 그 둘은 적외선 치료 원리에 관한 책이었다.
약 4일 간의 교육이 끝나고 영업 활동을 하려하니 우선 직원 등록을 하라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하였더니 실장 말이“보통 실장이 되려면 이천만원이 드는데 선생님은 특별히 천만 원 어치의 물건을 사면 실장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오백만원 어치를 사면은 부장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였고 투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망설이니 몇 십만 원 정도의 물품만이라도 사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다가오는 겨울을 지나기 위해서 그 돈 정도는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투자하기 까지는 그곳 상무와 실장들의 바람잡이가 한 몫 했다.
그 중 박 실장이란 사람을 우연히 이곳에서 만났다. 그는 동부세무서에서 정년퇴직을 하였고, 전부터 이웃집에서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는 어딘가에 나간다고 하였는데 어딘지를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도 이 직장에 와서 그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면이니 반가운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를 믿었다. 세무서에서 정년퇴직을 했으니 업계의 생리를 꿰뚫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너무도 마음 좋은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속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 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회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나 보고 등록하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저울질 하다가 직원 등록을 하였다. 그런데 직원 등록을 하였는데, 책상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식 직원이 되자면 오백만원의 물품을 사야하는데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접대용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푸대접을 눈치 채고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공부만 하였다. 나의 할 일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밖에 나가서 물품을 파는 일 밖에 없다. 물건을 팔아서 판매금액을 채워야만 부장, 실장, 상무를 시켜 주는 것이 이 회사의 조직체계다. 물건을 자기가 사든지 아니면 아는 친구들에게 팔던지 하여 실적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태만하여 실적을 못 내면 은근히 왕따를 시켜서 떠나도록 하는 방법도 병행한다. 전에 모 보험회사에 근무할 때 회사 지소장이 실적을 채우기 위하여 자기를 상대로 자기 보험을 들라고 은근한 협박을 받다가 쫓겨난 생각이 떠올랐다.
전무는 처음 몇 십만 원어치의 건강 보조 식품을 샀는데 나 보고 더 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될 수 있고, 신인이 들어와서 다시 물품을 팔면 이익금이 배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시큰둥하게 생각하였고,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어물쩍하여 겨울 시간만 보내었다. 사실 그 곳에 입사할 때 상무가 따로 이야기 한 것이 있었다. 이 곳에 등록을 하고 일정한 실적을 쌓으면 용인공장 연구원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한 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해 보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늦게야 알았다.
회사는 매일 9시에 조례가 있었다. 사회자는 나이가 약간 든 전무다. 직원들은 그를 외형적으로는 전무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오너다. 자기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 O O동경 한국지사장 또는“ O O 용인 공장 서울 전무” 이렇게 부른다. 그는 용인 공장 사장을 평소에 회장님이라는 칭호로 부르기를 즐긴다. 즉 그의 위에는 용인에 회장이 있고 이곳은 O O 제품 한국지사장이라는 식으로 직원을 현혹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찾아온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입제품 한국 지사장 또는 그를 돌보아 주는 용인 공장 회장이 있으니 말이다.
그 것뿐만이 아니다. 회장님과 힐러리 크린턴 여사가 같이 찍은 사진도 벽면에 전시하여 놓았다.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무도 엄청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본 농장 및 공장 모습 사진도 걸어 놓았다. 그러한 분위기가 물들어 있는 강의실 안에서 그는 매일 아침 조례시간에 약10분씩 설교를 한다. 그는 기독교 장로라는 말을 들었다. 장로 명칭 팔아서 영업을 하는 것이다. 매일 설교 하는 내용은 성공과 변화와 도전 등에 관한 것이다. 나름대로 엉터리가 많지만 제법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여튼 그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매일 신규 교육자 오십여 명에게 세뇌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이상 내가 실적을 내지 못하니 이상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막간을 이용하여 신문이라도 읽고 있으면 전무는 상무에게 한 마디 한다. 그러면 상무는 나에게 “책상 위의 신문들을 다 없애라. 새로운 사람이 오면 신문을 보고 다른 곳을 찾아서 나선다.”라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상무가 여덟 명 정도가 된다. 그들에게 회사에서 지원하는 경비는 없다. 각자 독립적인 사업체다. 각 상무는 자기 돈으로 정보지에 광고를 낸다. 그러면 실직자는 정보지를 보고 찾아온다. 찾아오는 사람은 사무실에 들어오면, 우선 헤맨다. 각 상무마다 다른 회사 이름으로 광고를 내니까 처음 찾아온 사람은 헤매게 되어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 전무는 각 상무에게 지시를 내린다. 임금도 없는 상무들은 상사를 잘도 모신다. 한 번은 내가 건강식품 판매방법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전무가 이 모습을 보고 상무를 통해서 책을 감추라는 것이다. 그 책을 펼쳐 놓으면 이 곳은 판매회사라는 인식을 주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튼 전무라는 사람은 별의별 잔소리를 다한다. 잔소리가 잦으니 싫어지게 된다. 회사는 이러한 방법으로 물품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쫓아내는 방법을 찾는다. 즉 채용한 직원의 판매활동을 위한 적극적인 회사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한 번 이용한 사람은 가능한 빨리 쫓아내어 물갈이를 시키는데 열중한다.
물품도 비싸다. 그들의 제품은 만병통치약이다. 교육 내용을 들어 보면 그렇다. 그들도 법망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모든 조직은 법을 빠져나가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이 당하고 나갔지만 아무도 걸고넘어지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과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는데, 당했다고 항의 하는 대화로 상무와 옥신각신하는 것을 들었다. 전무는 이러한 환경에서 회피하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언젠가는 전무가 나의 책상 곁에 와서 슬그머니 앉더니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는 과거에 정수기 판매를 하였는데 상당한 양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물품을 사간 친구가 정수기 내부를 보여 주면서 이렇게 간단하게 생겼는데 이백만원은 너무 바가지가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고 그 대체품으로 김치냉장고를 한대씩 사 주었다고 한다. 자기는 그 정도로 양심적이고 고객에 대해서 하늘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와의 대화 내용이다.
“ 판매 전략을 알고 싶습니다.”
“ 복지관이나 노인단체를 통해서 강의 시간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자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강의를 통해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내 생각에는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전에도 모 복지관이 우리 회사를 찾아온 일이 있는데....”
“.................”
“ 차라리 주변 친구 두세 명한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니 여러 사람한테 물건을 권하지 말고 두세 명만 판매하고 상무가 되어서 신인을 모집하여 판매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 능력 자랑을 한다.
“나는 이 회사에 오기 전에 두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하나는 모 회사인데 연봉 이십억 원이고, 하나는 지금 이 회사인데 연봉 십억 원을 제시하였습니다.”
“.................”
“ 이십억 원 짜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처장님이(지금 여자 경리) 만류하여 포기 하고 이 회사는 연봉은 적지만 안전할 것 같아 이곳에서 일하기로 하였습니다.”
전무라는 분은 기독교 신자의 탈을 쓰고 황당하고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뻥’이 센 사람이다. 이 사람은 아침 일찍 나와서 보고를 받고 9시 조회와 5시 석회를 아주 열심히 빠짐없이 하는 사람이다. 상무들은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실적 데로 가져가는 것이다. 오갈 데 없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으로 짜여 있어서 부려먹기에는 아주 좋은 인권의 사각지대다. 나이 들고 오갈 데 없으니 꼬박꼬박 직장에 나오게 되어 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무료하게 지내면서 막걸리나 마시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 이들의 의식 구조다.
이렇게 하여 신입 사원은 암묵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사기성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상무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에 대기업에서 한 자리 한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상무는 매일 자기 돈으로 정보지에 광고를 낸다. 광고 내용은 구인에 관한 것으로 서너 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사람을 상대로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여 일단 교육을 받도록 설득한다.
교육을 받으면 본사에 경비직이나, 회사를 확장하니 지점장을 맡긴다거나, 기타 강사로 보낸다거나 하는 등 상황에 따라 구직자를 현혹시키는 임기응변에는 능수능란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교육을 받고 나면 그 다음은 입사등록을 하여야 된다고 유인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입사등록은 소정의 물건을 사야 이루어진다. 교육받은 사람의 일부분은 그 동안 교육 받은 것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게 거금을 들여 물건을 사고 등록을 한다.
교육받은 사람은 어느 직종이냐고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혹시“판매하라는 것 아닙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상무는 선택의 길은 다양하다고 한다. 판매라 하면 아예 등록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 입사 계약서에 무슨 글자가 있는 줄도 모르게 도장을 이리 저리 찍고 입사 절차를 완료 한다. 내용설명도 하지 않는다. 지푸라기 잡는 사람은 문구를 살피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끝이다. 일자리 배치는 물건 파는 직 밖에 없다. 그러다가 몇 개월 지나면 물건은 자기 집에 보관 되어 있고 어디 팔 곳이 없어 고스란히 빚만 진다. 그러다가 몇 개월 있으면 회사를 그만둔다.
“아얏”소리 못하고 당하고 후회를 해 보아야 이미 때는 늦었다./ 이창대 전시문화시스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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