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및 면책
스스로 면책..
모카시리
2013. 11. 6. 16:30
10년전 사기로 인해 가진 재산 모두를 잃고 방황하던 채무자가 찾아왔다. 서울역 노숙인 같은 행색을 하고 온 채무자.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늙어 보이는 채무자를 보며 그간의 그의 고통을 조금은 느낄 수 있어 진심을 다해 상담을 해주었다. 채무로 가족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 집을 나와 떠돌이로 생활한지 수 년... 죽음을 여러 차례 생각하다 그래도 힘들 때 함께 하는게 가족이라며 들어와 함께 겪어 보자고 손잡아 준 가족들이 있어 집으로 들어간 후 3년을 고민 끝에 파산을 생각했다며 찾아왔던 그 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는다. 2013년 5월 1일 파산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고,파산관재인 변호사가 선임되었고, 법원의 요구에 따른 추가서류를 준비하면서 갑작스레 연락이 두절되고 소개한 분을 통해 들은 말은 복통을 호소하여 응급실 모시고 갔다가 방광암진단을 받아 서류 준비가 늦어진다는 말이었다. 초기라 간단한 수술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에 내심 안도를 하고 관재인 사무실엔 위 내용을 전달하며 서류제출일을 늦춰 달라 요청한 후, 채무자를 안심시켰고, 퇴원 후 진단서와 함께 준비해온 서류를 확인했다. 아뿔사!! 당사자는 보험이 없다고 그렇게 우겨대며 처음 서류 안내할 때 부터 준비시킨 보험가입내역조회서를 안가져오더니 법원의 명령을 받고는 발급해 왔는데 떡하니 한 건의 보험이 존재하고 있다. 어찌된 것이냐고 채무자에게 다그쳐 묻지 않을 수 없었고, 채무자는 머쓱해 한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그 보험에 채무자의 채권자 신용보증기금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받아 둔 상태. 채무자가 사기로 집을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가족 모두가 오갈 곳이 없게 되면서 처제의 도움을 받았단다. 처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장만한 18평 작은 집에 채무자의 가족까지 6인이 생활하려니 많이 불편했을 것이 분명했을 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처제는 결혼을 하여 그 집을 채무자들 가족에게 살도록 내어 주었고, 채무자는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일당 벌이로 버는 돈으로 자녀들의 명의의 통장을 사용하며 대출원리금과 그간 내지 못한 이자 몫으로 처제에게 매월 100만원씩 송금을 했단다. 처제는 그 전부터 형부에게 잘 대우 받았던 기억때문에, 집나가 떠돌이 생활하는 형부를 위해 10년 전부터 본인이 계약자로 채무자인 형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 한 건을 넣어놓은 상황이었고, 채무자가 서류준비를 하며 알게 된 보험이었다. 어쩔 수 없이 위 내용이 기록된 처제의 금융자료와 미성년 자녀들의 금융거래자료까지 첨부하여 제출하자 관재인은 환가절차를 명령했다. 암환자이고 언제 어찌 될지 모르니 환가 절차의 생략을 부탁했으나, 보험금을 채무자의 몫으로 간주하여 진행하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되었다. 추석명절 안부연락까지도 아무 이상없이 지낸다고 했는데... 그런데 10월 31일 처제라는 분께서 다급히 전화하셨다. 살려 달라고... 느닷없는 전화에 가슴이 철렁.. 의뢰인이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에 왔다가 전신에 암세포가 전이되어 급히 입원하여 항암치료 중인데 병원에서 생존가능 일을 일주일로 본다는 내용이다. 입원확인서와 의사소견서를 요청하여 관재인을 만났으나, 판사의 소관으로 자신의 임무는 보고서 작성 뿐이란다.. 환가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과 그 안에라도 사망하시면 진단서 보내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더라.... 답답한 마음으로 관재인 사무실을 나온 후 의뢰인이 무사하기만을 바랬는데.. 끝내 의뢰인은 어제 오후에 멀리 떠나버렸단다. 내 간절한 바람도 들어주지 않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여행길을 급히도 떠나버렸단다. 의뢰인의 처제는 항암치료비와 병원비, 장례비가 한 푼도 없어 보험금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게 처리해 달라고 애원하는데.. 울며 불며 사정을 하는데.. 그 말에 뭐라 답을 못하고 그냥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늘은 내가 참으로 한심하고 부족하기만 하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저 흐르지 않는 눈물을 닦을 뿐... 팩스로 들어온 의뢰인의 사망진단서를 받아들고 떨리는 손으로 관재인 사무실로 다시 팩스를 보낸 후 전화를 한다. 내가 10월 말일에 보낸 서류 보고서 올렸다 하더니 못 올렸다고 말을 번복하며, 향후 절차에 대해 보고서 제출하고 회신 되면 알려준다는 말만하고 그저 허허 거리며 웃더니 면담 중이었다며 전화를 끊는다. 죽어도 편할 수 없는 채무의 굴레 몇 년을 고민하고 몇 달을 고민할만큼 파산이.. 회생이.. 면책이 어려운 결정일까? 나의 간절한 바람은... 중앙지방법원 파산 8단독 판사님의 간단한 한줄 글을 받고 싶었다. "채무자를 면책한다." 그러나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사망자에게는 면책이 없기에.... 떠나는 의뢰인에게 한마디 남겨주러 가야겠다. "스스로 면책" 참..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