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쓰는 나의 얘기

국보1호-숭례문.. 화재로 인한 전복... 너무 답답해.. ㅠ.ㅠ

모카시리 2008. 2. 11. 22:32

[현장르포] "임란때도 지켰던 국보1호 숭례문을 잃다니..."

<동영상=나성률 기자>

▶페허가 된 숭례문…허탈한 시민들

'대책없이 개방한 게 문제' 한목소리
수어장대-낙산사도 다 탔는데…울분

밤새 사라진 600년 역사 지난 10일 발생한 화재로 무너져 내린 국보 제1호 숭례문 인근에 11일 오전 국화꽃이 놓여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사진=연합]
 숭례문도 울었고, 시민도 울었고, 나라도 울었다.  단 5시간 만에 불타 버린 숭례문. 뜨거운 화마에 말못하는 건축물은 몸부림쳤고, 잿더미로 변한 국보 1호에 시민은 가슴을 쳤고, 600년 상징이 무너지면서 나라도 충격에 빠졌다. 11일 오전. 간 밤의 참담함은 그대로 아픔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불타 다 만 기와, 새까맣게 변한 써까래, 검게 그을린 대리석……. 이른 아침, 참혹한 잔해 앞에 시민들의 눈자위는 붉게 물들었다. 아픔이 너무 큰 탓일까. 가슴이 꽁꽁 언 탓일까. 불탄 숭례문 주변엔 살얼음이 얼었다. 소방차 60여대가 뿌려댄 물이 섭씨 영하 2도의 추위에 가볍게 결빙된 것이다.

 매캐한 냄새가 여전한 가운데 밤 일을 마친 소방차는 다 돌아가고 현장에는 3대만 남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한 모습이지만 이미 불타 버린 잿더미 앞에서 무슨 할 일이 있으랴. 경찰 1백여명이 폐허 주위를 빙 둘러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전 8시쯤 주변엔 시민 40여명이 앙상한 몰골에 당혹감을 넘어 분노와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굵은 눈물을 흘리던 한 시민은 "임란 때도 지켰던 국보 1호를 상실한 것은 민족 정신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울먹였다. 시민들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이회창, 정동영 등 일부 정치인들도 찾아와 황당함을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도착한 오전 10시15분쯤엔 시민들이 수백 명으로 늘었다.

 주변의 교통흐름은 원만했다. 아침에 출근차들로 서행이 되는 곳인데 여느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발길을 멈추고 눈물을 글썽였고, 일부는 공무원들에게 분노의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정차한 차량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서행하는 차량들중 일부는 창 밖으로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눈길도 검게 타버린 누각에 쏠렸다. 이들은 '되풀이되면 안 될 아픈 장면'이라며 휴대전화기를 꺼내 '흉물'이 된 숭례문을 담았다.

 오전 9시쯤, 차량과 출근길 시민이 많아지면서 당국은 서둘러 가림막을 치기 시작했다. 가림막이 설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분노의 말을 계속 토해냈다.

 인근 대한화재에 근무하는 안길엽씨(61)는 "국보 1호가 조그만 불씨에 무너져 내린 게 참담하다. 진작 대처를 못한 게 너무 아쉽고 한심스럽다"고 통탄했다.

 한성렬씨(45)는 "마음이 아프다. 복원이 되더라도 의의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국보를 관리하는 게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화가 치민다"라고 눈에 핏발을 세웠다.

 온라인에서는 감정적인 분노의 말도 쏟아졌다. 네이버의 아이디 'hikim63'은 "완벽한 대책 없이 일반에 개방한 데 문제가 있다"며 "부작용까지 예측해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지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다. 문화재는 가까이 두고 즐기는 것보다 보존이 우선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이다"고 적었다.

 김영훈씨는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운현궁은 차 돌진으로 문이 부서지고 숭례문은 불타고, 화성의 장안문도 그슬리고, 수어장대도 불타 없어지고, 경복궁 문은 탈 뻔하고, 양양 낙산사는 다 타버리고...관리 좀 똑 바로 하자"며 허탈함을 내비쳤다.

 10일 오후 8시50분쯤 누각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은 숭례문엔 소방차 60여 대와 소방관 300여 명이 투입됐지만 5시간 만에 1층과 2층 누각이 잿더미로 변하는 등 전소되고 말았다.

 < 나성률 기자 scblog.chosun.com/nasy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