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개인회생 면책 첫 수혜자 탄생 "열심히 갚으니까 길이 열리네요"
불행은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당시 회사원 박모(37ㆍ여) 씨는 명예퇴직한 오빠에게 사업자금으로 4,000만원을 빌려줬다. 빚으로 쌓은 오빠의 사업은 2년 만에 부도가 났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박 씨는 이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돌려 막기, 사채 끌어 쓰기 등으로 버텼지만 빚은 어느새 1억4,742만원으로 불어났다.
박 씨는 결국 2005년 1월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빚 전체를 탕감 받을 수 있는 개인파산도 있었지만 그는 직장을 놓치기가 싫었고 자력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싶었다.
그 해 9월부터 60개월(5년) 기한으로 매달 61만4,486원씩(월급은 120만원 수준) 26개월 동안 착실히 빚을 갚아나갔다.
그러나 올 2월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소득이 없어 개인회생 절차도 폐지될 위기에 놓였고, 다시 파산신청을 하거나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법무사를 통해 법률자문을 구하던 중 그는 다행히 ‘개인회생 면책신청’이란 답을 얻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변제기간 중이라도 구조조정이나 질병 등으로 인해 변제계획 변경이 불가피하거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변제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현재 재산가치보다 지금껏 갚은 금액이 더 많으면 면책신청이 가능하다.
박 씨는 우여곡절끝에 선례가 없는 ‘개인회생 면책신청’을 법원에 내 결국 면책을 받았다. 그의 퇴사가 질병에 의한 것이고 현재 재산가치(299만원)보다 변제금액(1,597만6,000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는 2004년 9월 시행된 개인회생제도의 첫 수혜자가 됐다. 빚 전체를 탕감해주는 파산신청과 달리 개인회생은 다달이 빚을 갚아나가게 해 자력갱생을 돕는 재건형 프로그램이라 그 의미가 크다. 개인파산 면책결정 사례는 많았으나 개인회생 면책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의 면책을 대행한 박춘제 로캠프법무사합동사무소 대표법무사는 “비슷한 경우에 대부분의 채무자는 면책신청 방법을 잘 몰라서 파산신청을 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며 “개인회생을 택한 채무자들에게 박 씨의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게 12만2,628건으로 전년(3만8,773건)보다 3배 이상 늘었지만 스스로 빚을 갚아나가는 개인회생 프로그램 이용자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