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할부금 두 달만 밀려도 “車 내놔”

모카시리 2007. 3. 16. 10:15
“36개월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한 뒤 할부금을 2개월 연체했는데 할부금융사에서는 기한이익이 상실됐다며 전체 할부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를 가져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없이 연체이자를 내라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가져가겠다니 말이 됩니까.”

“30개월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한 뒤 지난 2년간 할부금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어려워져 3개월을 연체했는데 차량 회수는 물론 남은 할부금에 법정소송비 100여만원을 더해 한꺼번에 내라고 합니다. 할부금융사가 연체기간 중 단 한번이라도 이런 사실을 알려줬다면 연체하지 않았을 텐데….”

15일 금융감독원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신차나 중고차 구입 때 차 값을 2~3년에 나눠 갚는 자동차 할부금융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할부금융사의 약관과 금융감독당국의 감독규정 미비로 할부금융 이용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과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피해 유형은 기한이익(채무 변제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채무의 변제를 강요당하지 않는 이익) 상실로 할부금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기준은 ‘연속 미납입 횟수가 2회 이상이면서 그 금액이 할부가격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은 연체관리 강화 등을 이유로 2회 이상 미납 요건만 적용해 기한이익을 상실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30개 여신전문 금융회사에 ‘약관 등에 기한이익 상실 사유를 명확히 하고 기한이익상실 조치 예고는 서면통지로만 가능하도록 개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계약자 보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22개 할부금융회사가 약관을 고쳤다.

그러나 대부분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할부금융의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상품은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 약관이나 상품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들고 가입하는 반면 자동차 할부금융은 금융 비전문가인 자동차판매 대리점 직원의 소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약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위험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이 파는 금융상품은 금융감독당국이 사전 약관심의를 통해 소비자 권익 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반면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상품에 대해서는 사전심의 근거가 없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0월초 할부금융회사의 신상품에 대한 약관 사전심의를 하도록 하는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국회 상정이 늦어지고 있다.

-할부금융이란? -

고가 자동차와 가전제품, 주택 등을 구입할 때 할부금융회사가 구입자금을 빌려주고 소비자는 할부금융회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는 제도. 금리는 연 10% 초반~20% 후반까지 다양하다. 지난해말 현재 할부금융 잔액은 11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상주기자 sjlee@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