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및 면책

'무늬만 개인파산' 화난 금융사 이의신청 급증

모카시리 2007. 3. 14. 01:33

`무늬만 개인파산` 금융사 화났다 ‥ 채권회수 못해 이의신청 급증

 

P상호저축은행은 얼마 전 의정부지법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O씨(31세)의 면책 결정을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빚더미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신용카드를 400여만원어치나 사용한 O씨는

'불량채무자'로,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면책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이다.

 

P상호저축은행은 그러면서

O씨와의 합의를 위해 조정도 동시에 신청했다.

저축은행 측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면책이 거부되거나

일부 면책 결정이 내려져 법원이 조정에 나설 경우

일부나마 채권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개인파산 막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파산 신청과 법원의 99% 면책 결정으로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융기관,개인파산 봇물에 반격나서

 

11일 변호사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법원 면책 결정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의신청이 급증,

개인파산 수임 건수의 1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한울 관계자는 "월평균 150건 정도 개인파산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 중 15건 정도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의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신청 금융기관은 주로

상호저축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다.

 

법원이 면책 결정을 내리면

채무자는 파산 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빚이 전액 탕감된다.

그런데도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뒷짐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산과 면책 신청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데다 채무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들이 고의로 재산을 은닉했거나 과다하게 낭비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기 때문.

경제적 약자인 파산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했다.

하지만

법원까지 나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어서

금융기관이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게 됐다.

 

S저축은행의 자산관리 자회사 관계자는

"채권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채무자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떼보거나 카드깡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면책 결정을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통합도산법 시행으로 재산 상태에 대한 허위 진술,

사행 행위로 인한 과대한 채무 부담 등 면책을 불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가

법에 명시된 것도 이의신청 증가를 가져온 큰 요인이다.

채무자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면 면책률도 현행 99%에서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이의신청 실효성 높이는 방안 모색해야

 

이의신청의 효과가 아직까지는 뚜렷하지 않다.

법무법인 유비의 김현준 변호사는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을 통해 신청되는 면책사건은

이미 한 차례 걸러진 것이어서

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에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재판과 마찬가지로 변론기일이 잡히고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등 파산 신청자 로선 번거로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면책 결정 시기도 2~3개월 정도 늦춰지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최소한 '시간끌기' 효과는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개별 금융기관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자들에게 연합회를 구성해 파산관재인을 세울 수 있는

법적 권한이라도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입력시간: 03/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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