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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울리는 ‘가혹한’ 건강보험

모카시리 2007. 3. 7. 16:59
체납 3개월 넘으면 병원비 혜택분 물어내야 8만원 밀렸던 70代, 500만원 고지서 받아

김모(74)씨는 생활이 어려워 2003년 6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건강보험료 8만여 원을 내지 못했다. 그 이후 김씨는 밀린 보험료를 다 갚고 한 번도 연체하지 않다가 2004년 4월 한 병원에서 당뇨병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김씨에게 당뇨병 진료 때 건강보험공단이 김씨 대신 병원에 납부한 보험 혜택 진료비 500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했다. 김씨는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지나간 일을 빌미로 이제 와서 500만원을 토해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사람들은 나중에 체납 보험료를 다 갚았다 하더라도 병원 진료비 중 보험 혜택을 받은 돈은 모두 물어내야 한다. 현행 규정이 3개월 이상 체납자는 병원을 이용할 때 보험 혜택을 주지 않게 돼 있기 때문이다. 4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료를 3개월 이상 미납한 경우는 작년 말 기준으로 지역가입자 209만가구(300여만명)이다. 2003년 156만가구(200여만명)에서 53만가구가 늘어나, 지역가입자 4가구 중 1가구꼴이다.

사업에 실패해 보험료를 1년간 체납하다가 최근 직장에 들어간 이모씨는 월급(150만원)을 통째로 압류당해 석 달째 월급의 절반씩을 건보공단에서 받아가고 있다. 월 1만원씩인 보험료를 1년 이상 내지 못해, 그동안 받은 병원비 보험혜택분 2700만원을 내라는 통보까지 받은 이도 있다. 이들은 밀린 보험료를 연리 5~15%의 연체이자까지 계산해 물었는데도, 진료비에서 받은 보험혜택까지 모두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6일 “고의로 보험료를 안 내는 사람들을 겨냥한 벌칙 때문에 실제 보험료를 낼 돈이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단관계자는 “보험료를 안 내고도 병원에서 보험혜택을 받게 되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 사람들이 그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며 “진짜 생활이 어려워 보험료를 못 내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조사해 2~3년에 한 번씩 체납 부분을 탕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