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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부모 봉양' 줄어... '가난해지는 노인'
모카시리
2007. 2. 8. 00:20
자녀들 '부모 봉양' 줄어… ‘가난해지는 노인’

경기도 부천에 사는 송모(68)씨는 11평짜리 연립주택에 살면서 구청에서 매달 나오는 생계수당 28만7000원으로 생활한다. 점심은 주로 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해결한다.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지만 고혈압이 심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34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있었으나, 7년 전 아들(42) 사업 빚을 갚느라 팔았다. 연금을 든 것도 없고, 다른 부동산이나 금융자산도 없었다. 아들은 지금 건설인부로 일한다. 송씨는 “아들이 두세 달에 한 번씩은 5만~10만원씩 보내준다”고 했다. 그 돈까지 합쳐봐야 송씨의 한 달 소득은 최저생계비(2007년 기준 43만5921원)에도 못 미친다.
송씨처럼 딱한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2005년)에 포함된 전국 4696가구를 조사한 결과, 절대빈곤 가구 744가구 중 45.6%인 339가구가 노인가구였다고 밝혔다. 2000년 조사에서는 절대빈곤 가구 중 노인가구가 33.2%였다.
노인들은 일정한 근로소득 없이, 벌어둔 자산이나 자녀들의 생활비 지원에 의존도가 크다. 그러나 자식들의 부모 봉양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이 이날 발표한 ‘사적 소득이전과 노인소득 보장’ 논문에 따르면, 1980년에는 자식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주된 수입원으로 생계를 꾸리는 노인이 72.4%나 됐으나, 2003년에는 31.1%로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스스로 일을 해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노인은 16.2%에서 30.4%로 늘었다. 자녀의 부양이 줄어들자 일을 해서 메우는 것이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부모 부양형태가 서구식으로 변하는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노인들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생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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